메마른 땅엔 어둑어둑 생명을 상상할 수 없었다.
허나 자세히 살펴보면 치열한 숨구멍이 곳곳에 있다.
이 메마른 곳에 작은 식구들은 당당히 터를 잡는다.
그런 이를 마구 헤집으려 찾아오는 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것마냥 노는 이도 자리했다.
땅은 나름대로 터전을 제공했다. 누군가가 있다는 걸 보는 게 흡족했을까.
여기저기 뚫린 상처라곤 상상하지 못할 만큼 평화로웠다.
그걸 알아본 썰물은 조심스레 이불을 덮어준다.
헤집는 이들에게 꽤 정중히도 이젠 슬슬 집에 갈 때라고
하지만 자신이었다면을 이해해 달라며
땅에게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밀려들고 차오를 수밖에 없는 때다.
여전히 행여 누군가도 그 상처만큼이나 덮어 숨 막힐까 염려하며 조금씩 어쩔 수 없이 맡긴다.
차마 터전으로 가지 못한 이가 있을까, 파헤쳐 놓은 삽을 챙겨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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