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영화를 보고나서

내 삶과 연결한 픽사영화 <루카>

by Bogotipo 2021. 6. 21.
반응형

*스포주의
출처: 다음영화 루카 이미지

초반에는 아이들이나 보는 물고기 애니메이션인가 하고 몰입이 잘 되질 않았다. 그런데 물고기가 인간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부터 집중하였다.리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오토바이 하나를 위해 모험을 떠난다.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여서 그런지 이국적인 분위기와 여행을 간듯한 느낌이었다.

 

부모란 존재는 늘 아이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하는 존재로 묘사되었다. 아이는 이런 부모의 태도에 답답함과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집착이라 여기는 듯도 보였다. 그것은 아마 부모에게는 사랑의 표현법이라 할지 모르겠다. 아이는 어쨌든 이런 부모의 품에서 서서히 멀어졌다.

 

자신이 배우고싶어하는 별에 대한 꿈을 꾼다. 자신만의 세계가 열린 것이다. 부모는 늘 자식이 잘못될까 걱정만이 앞선다.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향해 떠난다. 형의 든든한 응원과 부모님의 신뢰를 기반으로. 아이는 다소 슬프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새 길을 찾아 떠난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험이라는 거창한 주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일상의 모습과도 닮았다. 루틴한 일상과 부모의 보호 아래 있는 자식이라면 작은 일탈도 모험일 수 있다고 본다. 부모의 말을 잘 들으면 적어도 위험하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본다.

 

물론, 물리적인 위험을 자처하는 부모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자식이 행복하고 안전하고 사랑받길 원하는 건 세계 만국 공통의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그것이 때론 자식에게 독이 됨을 알 필요가 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아이는 스스로 선택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래서 바보가 된다. 그렇기에 자신이 무언갈 결정하고 책임질 줄을 모른다. 심하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 모른다. 이는 부모가 자식에게 물어보지 않은 책임이 있거나 그 말을 하기 전에 미리 다 채워줬을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식은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야 난 뭘 좋아하고 원하는 걸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독립을 막 한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집이 정돈되고 밥이 나온다고 여겼던 아이라면, 너무나도 그러한 환경이 익숙했던 가정의 아이는 스스로 밥을 챙길 줄을 모른다. 청소도 할 줄 모른다. 바보가 된다는 것이다.

 

출처: 다음영화 루카 이미지

막연히 아름다워 보이는 대상을 위해 모험을 떠났다.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해낸 것이 몇 가지 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안되는 것도 꽤나 많았다. 그리고 몇 번 좌절도 겪어보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그것을 모두 감내하기로 결정한 것은 드디어 내 의지였다. 하지만, 작은 상처도 부모님은 용납할 수 없었던 것들 뿐이었다. 그 상처들은 나에게 어쩌면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아주 아팠지만 말이다.

 

여기서 가정을 해본다. 만약 '부모님의 말에 순종하는 자식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하고. 적어도 지하철에서 배고픔을 느끼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경험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인즉슨 신체에 관련한 안전은 보장받았을 것이다. 그것뿐이었을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계속 의존하는 자식으로 자랐을 것이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였을 것이다. 과거처럼 부모의 의사결정과 취향에 휘둘리며 나라는 존재를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모험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란 생각이다. 물론 누군가는 부모의 도움을 좀 더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안전하게 한다. 그 과정이 생략되었기에 좀 더 생활력 있게 살아가는 지혜를 스스로가 터득했다. 그것은 남이나 가족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가 느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한 대응을 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고 다양한 방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만약, 부모가 이렇게 해야 안전하다는 정답을 제시했다면 그 외의 문제에는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절한 조언을 구하는 정도는 괜찮다고 본다.

 

출처: 다음영화 루카 이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했다. 나의 방 한 구석을 갖는 것, 내 물건의 소유를 늘려가는 것, 더 이상 물려 입지 않아도 되는 것, 공과금과 세금을 납부해보는 것, 세상의 온갖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아는 것 등 그런 오토바이와 같은 사소함들. 그 마음의 충족감은 부모가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의지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스스로가 스스로를 의지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나도 의지하지 못한다면 결혼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혼자 있을 때 가장 독립적이었기에 같이 있을 때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편이다.

 

마음 한구석엔 부모의 사랑을 아직도 갈구하는 중이지만, 이젠 서서히 상처가 치유됨을 느낀다.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미 나에겐 충분한 사랑을 주는 이가 있다는 것을.

신뢰가 쌓여간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함을 알려주는 사람. 힘들면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예전의 나를 만난다면 한마디 해주고 싶다.

 

“정말 대견하다. 사실 마음속으로 굉장히 두려웠을 건데, 극복해낸 자신이 자랑스럽다. 이젠 힘들면 이야기해도 돼. 넌 충분히 강하지만, 나 역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기쁠 거야.”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