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아니.. 대체 왜?'라는 순진무구한 생각을 하며 묘한 감동을 받은 스스로의 모습이었죠.
이어서 아주머니는 "이거 돌려줄 테니 계속 이곳에 있으면서 한 번 생각해봐."라고 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당시는 '내가 불쌍해 보였을까?'라는 생각이 많았지만, 어쩌면 묘한 영업전략일 수 있겠단 생각마저 듭니다.
천장을 바라보며 '이불이 드디어 생겼지만 어떻게 살까?'라는 안도감과 불안정한 생각들로 가득 찼습니다.
사실은 갈 곳이 딱히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과는 이미 오래전 감정적인 독립은 마친 상태였죠.
경제적으로 묘하게 기대고 싶은 나약한 마음이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꿈을 찾아왔지만, 일순간 꿈이 흐려지니 갑자기 모든 환경이 낯선 두려움으로 점철됐습니다.
결국엔 돌아갈 곳은 있지만 없는 상태라는 걸 인지하고 체념하듯 더 머물며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아주머니는 아주 반가워하며 "짐이 많던데 둘 곳이 없지?" 라며 다른 방에 짐을 둘 수 있게 배려해주었습니다.
게다가 창문이 없는 방이 너무 답답할 것 같다며 창문이 있는 방으로 같은 값에 옮겨주기도 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말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에게는 창문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마음 편히 있을 내 공간이 무척 그리운 상태였으니까요.
하지만, 곧 새로운 건물주인이 오면서부터 다시 달라졌습니다.
잠시 짐을 옮겨두었던 방은 정리해야 했고, 리모델링을 한다며 늘 공사와 소음 소리로 가득해졌습니다.
공부를 하던 학생들은 조금씩 떠나갔습니다. 추운 한 밤에 난방도 틀어주지 않아서 오들오들 떨며 밤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전혀 느끼지 못한 것들이 느껴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주거불안'을 조금씩 인지했습니다.
모든 입주자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주던 온기는 사라지고 건물을 장사로 활용하는 집주인만이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다행히 새로운 집주인이 왔을 때는 직장을 새로 구한 상태라 좀 더 값을 주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갑니다.
한 뼘 정도 넓은 공간이었고 좀 더 깨끗한 곳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집주인만 바뀌면 이사를 가게 된 루트를 탄 것 빼고는요.
어느 날은 퇴근 후 집에 돌아왔는데 잠그지도 않은 창문이 잠겨있었습니다.
'누군가 방에 들어왔구나..'라는 걸 인지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보안에 아주 취약한 건 알 수 있었지만,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이후에도 반복이 되어 결국 경찰을 불러 CCTV까지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데, 집주인은 "증인도 없으면서, 네가 이상한 거 아니야?"라고 쏘아댔습니다..
당연히
집주인이 건물 CCTV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거주목적 계약서도 사본을 주지 않은 상태였기에
기세 등등하게 주장을 했었습니다.
경찰과 함께 CCTV를 보았을 때는 원하는 시간 정보가 삭제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집주인은 병원사설 이송차량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었는지 차량이 집앞에 늘 주차되어있었습니다. 그것과 관계된 것인지는 모르나.. 어떤 목적인지 도리어 정신이상자로 몰아갔습니다.
3번째 주거지 앞 고등학교 앞에는 늘 성매매와 관련한 봉고차량이 있어서
"학생들이 정문으로 자주 지나다니니 이 앞에 불법차량 단속을 해주세요."라고 경찰에 신고한 지 일주일도 채 안된 상태였었죠.
정말이지 황당한 경험이었습니다. 어떤 증인도 없다고 몰아가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한다는 게...
다행히 친한 친구의 도움으로 계약이 채 끝나지 않은 곳에서 법적 조치 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집주인은 그 이후로 저에게 억한 심정이 있었는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선납한 월세를 돌려주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결국 소비자보호원에 도움을 청했었고,
1년간의 기다림 끝에 남은 월세 몇십만 원을 '법적으로' 돌려받는 통쾌한 순간도 느낍니다.
그 이후로 그 건물은 다른 영업장으로 바뀌는 모습까지 확인했습니다.
그때 바라본 천장의 모습은 쾌적했지만, 어쩐지 불편한 공간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이후로 월세는 비슷하나 보증금이 처음으로 들어간 집으로 드디어 이사를 오게 됩니다.
사정이 사정인만큼 급한 마음에 이사를 오게 된 곳이었습니다.
언덕이 등산코스 저리 가라 하는 곳을 입성한 순간이었습니다.
계약서를 쓰는 순간 "아 지금 집주인은 일본에 있으셔요." 라며 총무가 맞이합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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