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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는 시간

고시원부터 아파트까지 오기까지 썰(3)

by Bogotipo 2020.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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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무구한 청춘인 자신은 "아 그렇군요. 그럼 언제쯤 오시나요?"라며 계약서에 서명을 합니다.

총무는 "글쎄요, 가끔 한국에 입국하시긴 하는데 언제일지는 모르겠네요."

사기를 치기 딱 좋은 상황이었지만, 이어서 총무는 말합니다.

"아 혹시 위임장도 드릴까요?"

"네!"

 

이때까지와는 달랐습니다.

계약서에 서명을 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현금영수증만 다달이 받은 경우는 있었어도요.

그동안 얼마나 부동산에 관해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방안은 작은 호텔처럼 간접조명이 드리워져있었습니다.

침대도 접이식으로 공간 활용을 때에 맞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거주자들도 고시원보다는 조금 더 떨어져서 위치했습니다.

지하에서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방도 2평 정도는 더 넓어졌습니다.

맞은편 창문이 보이는 건물이었지만 썩 마음에 들었습니다.

 

 

큰 어려움이 없이 지내다가 총무가 한 번 바뀌고 나서 난방이나 온수 문제가 생긴 걸 빼고는 잘 지내왔습니다.

 

하얗고 넓어진 천장을 바라보며 '내가 지금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라는 상념에 잠겼습니다.

새벽에 드나드는 사람 소리에 깰 때도 많아서 주의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략 비슷한 이미지

 

어느 날은 외출했을 때 역시나 바뀐 총무로부터 문자 연락이 왔습니다.

"밖에 신발이 널려져 있던데, 밖에 비가 와서요 방에다가 둬도 될까요?"

순간적으로 찝찝한 기분이었습니다.

작은 호의일 수도 있는 것이 공간을 침해하겠다는 검은 마음이 읽혔기 때문일까요?

 

이런 부탁은 전 총무한테도 들었던 부탁입니다.

"지금 집에 계시나요? 방 책상이 고정이 됐는지 확인해야 해서요.. 타카로 집어 드릴게요."

늘 외출 상태인 것을 확인하고 물어보았었습니다.

 

 

처음 타카로 고정하는 건 건물관리 영역이라 생각하여 허락했지만,

두 번째는 상대적으로 그럴 필요가 없는 영역이라 생각했습니다.

 

 

"아 감사한데요, 혹시 신문지 있을까요?"

"신문지요?"
"네, 신발이 젖어있어서 냄새가 날까 봐요.. 혹시 신문지로 신발안에 넣어서 그냥 신발장에 두실 수 있을까요?"

"네 그러죠."

 

방이 어질러진 것도 있었고 법적인사건이 얽혀있는 여러 자료들이 무방비하게 널려있는 상황에서 공간을 오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바뀐 총무는 대뜸 자정이 넘는 시간에 연락을 해오며

"잠깐 술 한잔 하실래요?"라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처음엔 호감이 있었지만, 속내가 보여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아 지금 너무 늦었는데요.. 어떻게 나가라는 건지요.."

"그냥 방문 열고 나오면 되잖아요.?.. 저는 갔다 와도 상관 안 해요."

"네?.. 총무님이 갔다 오기라도 하신 건가요?"

"아하하 아니죠."

"... 제가 피곤해서요."

"네."

 

혼자 사는 이유가 이혼을 했다고 마음대로 여겨버리는 생각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이후로 난방이든 온수든 끊기기도 했었습니다. 다달이 월세를 착실히 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자신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갑질이 시작이 된 겁니다.

그러고도 한참 연장된 계약기간을 살아오다 진행 중인 사건이 해결이 되어 보증금을 더 얹을 수 있는 원룸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총무님 내일 이사 일정입니다."

"네."

 

그 전까지만 해도 감사의 표시로 먹을 것을 나눈다던지 작은 호의를 보인 관계였었지만,

더 나아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사 당일까지 이외에는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처음에 작은 호의 표시를 '애정'이라고 총무님은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술자리를 거절한 졸지에 마음을 가지고 논 사람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몇 명의 이성들과 밤을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을 한 없이 가볍게 여기는 사람끼리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의 고시원 생활보다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을 얻고 난생처음 부동산문을 두드립니다.

"주민등록증 확인 좀 합시다." 중개인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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