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주세요. "
"참.. 00시에서는 시장님이 청년들을 위해 정책을 잘 펴야할텐데.."
라며 중개인은 말을 중얼중얼거린다.
이윽고 집주인 할머니는 오셨다.
추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부동산에서 집 등기를 교부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시에는 그저 신분확인과 계약서만 쓰고 입실 후 중개비를 입금하였다.
다닥다닥 붙은 공간은 여전했다. 5층 이상되는 층수를 엘리베이터 없이 올라가야만 했다.
아주 오래된 건물로 세면대가 없는 화장실과 현관이라 말할 곳은 없었다.
방을 보러 왔을 때 방안에 있었던 드럼세탁기도 보이지 않았다.
풀옵션이 계약사항이 아니었던 것.
마찬가지로 옥상에 가서 공용 세탁기를 써야 했다.
이 점 때문에 '어떤 변태'를 겪게 된다.
빨래를 돌리고 있는데 몰래 자기 속옷을 넣어서 돌리거나,
자신의 속옷도 아니면서 세탁기 옆에 널어버리는 행동.
성도착증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되는 행동이었다. 남의 물건에 손대는 건 또 어디서 배운건지..
한 번 겁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러한 행위에 대한 법적 조치에 대한 글을 붙였다.
그 뒤로는 그 변태도 겁을 먹었는지 다시 반복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웃들은 공부하는 학생들 위주여서 그런지 큰 소음이랄 것은 없었다.
가끔 통화를 시끄럽게 하는 소리, 노랫소리 등은 수면시간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진로에 대해 한참 고민하고 놀고 쉬는 편안한 공간을 드디어 갖게 되었다.
집주인 할머니도 크게 사생활 간섭을 하지 않았던 점이 마음에 들었었다.
인테리어에 이때부터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었다.
휑~하고 작은 공간을 어떻게든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조명부터 바꿨다.
멀리 형광등을 끄기 싫었던 점도 한몫했다.
이제야 천장을 바라보니 간접조명과 그림자가 드리워져 꽤 포근한 기분이었다.
혼자만의 방황의 시간은 이윽고 마무리가 된다.
청약을 넣고 1년 정도 예비로 기다리던 시기.. 방 계약기간 만료와 맞물려 이사를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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