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

드라마 '며느라기' 전편 시청후기

by Bogotipo 2021. 1. 20.

*안 보고 오신 분은 스포 주의

 

처음엔 시집살이에 관한 내용이겠거니 하고 보았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현재의 스스로의 모습과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느껴서 좋았다. 

 

짝꿍은 "저건 드라마에나 있는 내용이잖아. 짜증 나는걸 왜 봐. 난 안 볼 거야." 라며 현실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저것이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일이라면 굳이 웹툰을 드라마화하여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없지 않을까?'

 

각색하며 과장된 모습도 빤히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어느 정도는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을 다루고 있다고 본다.

 

당장 할머니 댁에서 지내본 바로는 제삿날 명절날 시어머니를 모시며(본인한테는 친할머니라 좋았으나) 큰어머니께서 엄청 힘들어하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절날마다 편찮아하시는 것도 직접 보았다.

 

직접 경험할만한 일은 없는 요소도 있었다. 가령 시가에 시누이가 있다던지 이런 것..

(짝꿍네에 여자 형제가 없다.)

 

주변의 있을법한 누군가의 이야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사린이가 눈치 없이 시누에게 자신의 SNS를 알려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린이 입장에서 보면 시누이도 자신의 SNS를 염탐(?)하며 의도인지 의도치 않게인지는 헷갈리나 자신의 엄마(시어머니)한테 대화 도중에 "어? 언니 그날 놀러 갔던데? 봐봐 여기 사진 있어."라고 말할때 '저래서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구나..!'를 새삼 느꼈다.

 

물론, 사린이가 시어머니께 거짓말을 한 책임은 있다고 본다. 자신의 생일날 오붓하게 보내고 싶어서 집에 초대하는 시어머니의 요청을 거절을 하고 싶은 마음은 100번 이해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심정을 전하면서 '거절할 줄 아는 용기'를 알았더라면... 이라며 아쉬움이 남는다.

 

처음 사린이는 고구마같이 답답하게 시집살이에도 참고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역할이었는데, (진짜 고구마 10000000000000개 이상 먹은 느낌) 완결에 가까워지면서 자아를 찾으려 노력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되었다.

출처: 웹툰 며느라기의 한 장면

 

물론 사린이의 배려심 있고 부드럽게 표현할 줄 아는 지혜는 배울만하다고 느꼈다. 그것과 동반한 신랑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초반에는 사린이를 나름대로 돕겠다고 나섰으나 사린이의 소극적 태도를 보며 갈등을 함께 겪고 마음을 접었었는데, 후반에는 뭇매를 맞을지언정(?) 배우자를 지키고자 설날 사린이네부터 가겠다고 부모님께 직접 말씀드리는 용맹함도 보인다

 

다행히도 시집살이라고 할만한 건 현실에서 나에게는 없다. 짝꿍네는 부부의 삶을 자식이지만 존중을 해주시는 분들이다. 명절에 굳이 모이는 분위기도 아니고 제사도 지내지 않기에 결혼을 결심한 것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사촌언니는 명절에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무거운 놋그릇에 제사를 지낸다고 직접 들은 적이 있을 만큼 명절 제사에 힘들게 지내고 있는 사람도 분명 있다.

 

카카오TV 드라마 '며느라기'. 큰며느리 정혜린이 부당한 명절 풍경에 반기를 드는 장면이다. [사진 카카오M] [출처: 중앙일보] 6주 만에 1000만뷰 돌파했다…시월드 민낯 까발린 '며느라기'

 

다만, 생판 모르는 남과 지낸다는 것은 결코 편한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은 뼈저리게 느꼈던 경험은 있다. 또한 관계는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쪽에만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없는 것이 관계라는 것.

 

적어도 이 드라마를 보고 결심한 건 특히 사린이를 보면서 상대를 배려하되 나의 입장을 명확히 하고 당당할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 중에 '시집을 갔다.'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아이가 있다. 표현의 자유지만 되도록 '결혼을 했다.'라는 주체의식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경우는 그 편이 무언가를 결정하고 행하는데 누군가의 탓을 하거나 후회할 일이 없어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아무렇지 않게 쓰이는 언어는 생각보다 우리의 가치관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 나오는 큰며느리의 모습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비록 시어머니는 큰며느리의 태도에 대해 포기했다며 두 손 두발 다 들었지만, 큰며느리가 자신의 의견을 똑 부러지게 표현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적어도 느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