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선생님이 낸 쪽지시험의 정답을 맞히기 위해 부정행위를 하는 반 아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반에서 평판이 좋은 친구였고 교우관계도 원만했습니다.
어쩌면 역사적으로도 매우 흔한 일이고 현재도 계속 존재하는 것입니다.
'권력에 대한 탐욕' 과 그것을 위해 정당성을 표방하는 척하며 '세습' 되는 것이요.
때때로는
'저 사원 누구누구의 부모님이 회사 최고경영자래~' 라고 수군거리며 낙하산 인사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몸을 사리기도 하며,
'우리 자식 좀 잘 부탁합니다 허허허' 라며 횟집에서 접대 자리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면접 자리에서는 '저희 아버지가 교장선생님입니다. 하하' 라며 말하기도 하는 지원자가 있고,
인사권자 중 한 사람은
'누구 교수님한테 잘 들었어요.'라며 공정하게 합격한 나머지 지원자들은 제쳐두고 한 사람에게만 질문을 합니다.
재밌는 것은 그렇게 특혜를 누려온 자들은 그래도 '능력'이 있으며,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되었다고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은연중에 '우리 부모님이 여기 자리 봐준다고 하라는데 나는 양심에 찔리는데 어떻게 할까?' 라며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친구 중 한 명이 '그냥 그렇게 해~너를 위해서 그런거라시잖니.' 라고 안심시키는 말을 하면 그렇게 자신은 책임을 회피하는 코스프레를 하기도 하며,
'나도 너희들이랑 똑같이 3년 거쳐서 계약직에서 정규직 된 거야.'' 라고 은연중에 알리기도 하며
'나도 사원부터 시작해서 대리 딴 거야. 절차상 아무런 문제없잖아? 내가 능력이 아예 안 되는 것도 아니고.'라고 오히려 자랑하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인턴경험을 거쳐서 경력 쌓아서 내가 노력해서 온 건데, 그건 노력 안 하는 사람들이 괜히 부러우니까 그러는 거지.' 라며 속상해하기도 합니다.
혹시 웰메이드 드라마 <미생>을 보셨는지요..?
개인적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볼수록 보이는 게 많은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낙하산 인사라 불리는 장그래에게 미묘하게 화와 짜증이 난 인턴들, 그리고 드라마에서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만, 그 화와 짜증은 이해합니다.)
오차장의 말대로 저 계단을 밟기 위해 피땀으로 노력한 사람들의 노고를 무시한 행위라 느껴졌을 겁니다.
그래도 요즘 기업들은 블라인드 채용, AI면접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공정함을 더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지속되는 현실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요?
소수의 금수저와 권력자들의 자제분들이 아니라면 우리는 언제까지 미생의 '인턴들'처럼 남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고작 한 자리'라고 불린 곳이 누군가에게는 수많은 피와 땀 노력으로 일구어도 '귀하신 분 자제'라는 말 한마디로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을요...
경쟁에서 밀린다는 것은 앞으로 삶의 연속선상에서 이어지는 욕구들을 포기하며 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흔히 뉴스에 나오는 학업, 연애, 결혼, 출산, 육아, 노후 등등
직접적 상관없는 사람이라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심으로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부조리해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어떻게 될까요?
누군가는 이로 인해 연애나 결혼을 포기하기도 하며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심하며
앙심을 품고 불특정 다수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나 스스로 혹은 세대 간 노후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기도 할 것이고
공동체가 와해될 수 있습니다. 이 말인즉슨 권력자들이 더 이상 권력을 누릴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권력은 추종하는 자들이 있어야 누릴 수 있는 겁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에 스스로의 생계와 안녕에 집중하려 합니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한 꿈을 꿀 엄두를 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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